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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구기금 서울사무소장 오사 토르켈슨 박사, 여성신문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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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구기금 서울사무소장 오사 토르켈슨 박사, 여성신문과 인터뷰

calendar_today 28 August 2024

오사 토르켈슨 유엔인구기금(UNFPA) 서울 사무소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오사 토르켈슨 유엔인구기금(UNFPA) 서울 사무소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8월, 유엔인구기금 서울사무소장인 오사 토르켈슨(Asa Torkelsson) 박사는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인터뷰에서 오사 토르켈슨 박사는 세계와 한국에서의 인권, 성 기반 폭력, 저출생 문제와 같은 다양한 이슈들을 논했습니다. 다음은 기사입니다.

[인터뷰] 오사 토르켈슨 UNFPA 서울사무소장 “한국, 성평등 후퇴 우려…그래도 희망 놓지 않을 것”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1001

25년간의 국제기구 근무 경력을 보유한 오사 토르켈슨(Asa Torkelsson) 박사가 올해 5월 유엔인구기금(UNFPA) 서울 사무소 신임 사무소장으로 부임했다.

토르켈슨 사무소장은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사회학 박사 출신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젠더 전문가(Gender Specialist)를 역임했으며, 유엔여성기구에서 경제적역량강화고문(Economic Empowerment Advisor) 등으로 근무하는 등 굵직한 이력을 보유한 소유자다. UNFPA 서울 사무소로 부임하기 전에는 UNFPA 방글라데시와 말레이시아 사무소 소장을 맡았다. 토르켈슨 소장은 최근 여성신문과 만나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자리잡은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수백 년간 여성의 권리는 향상됐지만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여성 인권을 위협하는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전쟁으로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임산부들이 필요한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UNFPA는 지난해 전쟁 발발 직후 기준 가자지구에 5만명의 임산부가 거주하고 있지만, 이들이 전쟁으로 인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성범죄‧교제폭력 등 각종 여성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등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권리가 역행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토르켈슨 소장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여성의 권리와 관련해)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며 “희망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무대를 꿈꾸는 젊은 여성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인턴 생활을 시작으로 국제기구에 첫 발을 내디딘 토르켈슨 소장은 “꿈을 좇아라. 꿈을 이룰 수 있는 수많은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역시 전 세계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한국인을 환영할 것”이라며 ’외교부 국제기구인사센터’(https://unrecruit.mofa.go.kr/)에 올라오는 자료를 참고해 적극적으로 국제기구의 문을 두드려 볼 것을 조언했다. 현재 외교부는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및 유엔자원봉사단(UNV) 파견을 통해 국제기구 진출을 돕고 있다.

25년이라는 긴 시간을 국제기구에 몸담은 전문가지만 그 역시 여성으로서, 그리고 가정과 일을 양립하는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을 경험했을 터. 토르켈슨 사무소장은 “유엔에서 첫 직장을 얻었을 때 임신한 상태였다. 확신이 서지 않아 여성 롤모델을 찾고자 했다”며 “롤모델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몇 명은 어렵지만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에는 출산 휴가와 같은 제도도 부족했다. 제가 일을 시작했을 때는 오늘날과 상황이 너무 달랐다”면서도 “하지만 쉽지 않았던 경험이 결국 더 강하고, 회복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다음은 오사 토르켈슨 UNFPA 서울 사무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 올해 5월 서울 사무소에 부임했다.

“UNFPA 서울 사무소에 부임해 매우 영광이다. 서울 사무소는 UNFPA와 한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UNFPA는 유엔 산하의 성·생식보건 기구로 모성건강과 생식권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중요한 문제인 고령화 등과 같은 인구 문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서울 사무소는 전 세계에 공유할 수 있는 많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한국은 UNFPA 사업의 큰 후원자이기도 하다. 감사한 일이다.”

- UNFPA가 수행하는 업무와 서울 사무소의 목표는 무엇인가.

“UNFPA는 생식보건 의제에 집중하는 유엔 기구로, 몇 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첫 번째로는 원치 않는 임신이 이뤄지지 않도록 생식권을 보장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모든 출산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매일 800여명의 여성이 출산 중 사망하고 있다. UNFPA는 안전한 출산을 보장하고, 예방가능한 산모의 죽음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오늘날 전 세계에서 여전히 많은 10대 결혼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소녀와 젊은 여성이 생식권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이들의 역량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 전 세계 여성의 인권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성평등을 달성하기까지 132년이 걸린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성평등이 달성되는 것보다 달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 (여성 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남녀평등이 크게 후퇴한 반면, 다른 국가는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UNFPA의 임무와 관련된 측면에서 살펴보면 그간 많은 발전이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오늘날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평화를 위협하는 많은 일들은 심히 우려스럽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희망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 특히 분쟁취약국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가령 UNFPA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지난 3월 3270만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소말리아, 남수단,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인도적 위기에 처한 6개국에 성·생식보건 및 젠더기반폭력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이 나서지 않았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일이다.”

- 한국의 출산율은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인식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굉장히 복잡한 문제다. 나 역시 최근 한국의 여성운동과 이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을 다룬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한 가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

다만 UNFPA는 ‘재생산 정의 운동’(Reproductive Justice Movement)을 추진했는데, 이를 통해 민간 기업에 합리적인 근무시간과 출산휴가, 유연한 근무방식 보장을 권고했다. 또 운동은 개인의 경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직장 및 가정생활을 모두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이러한 부분들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고, 무엇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실험해 봐야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세 아이의 엄마다.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컸지만, 어렸을 때는 경력을 쌓으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협조적인 남편이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가정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팀처럼 협력했다. 남편은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가족을 키워나가는 파트너였다.

하지만 이런 (남성의) 모습은 미디어에서 잘 비춰지지 않는다. (가사를 분담하는) 남성 롤모델에 주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족과 아이를 돌보고, 아내의 경력에 지지를 보내는 남성을 미디어에서 조명하는 것도 (저출산 해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한국에서는 교제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유엔 역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IPV·Intimate partner violence)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교제폭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는가.

“전염병(pandemic) 수준의 심각한 문제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통계 자료의 부재다. 일부는 보건 시스템을 통해, 다른 이들은 경찰로부터 통계자료를 얻기도 하지만 사건의 민감성과 (피해자에 대한) 낙인 등으로 인해 보고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일부 국가는 경제적 자원과 폭력 간의 연관성을 간과하기도 한다. 경제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거나, 고용 상태가 아닌 여성은 (파트너에) 더 의존적이고, 폭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관계에 불만이 있어도 저항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권리를 위한 시스템은 건강과 치유, 정신·심리적 지원 외에도 경제적 권리의 실현까지 이뤄낼 수 있도록 통합돼야 한다.”

- 교제폭력을 연인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는 관행도 문제다.

“맞다.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전 세계 여성의 약 3분의 1이 젠더 폭력을 경험한다고 한다. 비록 완벽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그 숫자가 상당히 크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게다가 최근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폭력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는 신체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소녀와 젊은 여성의 심리적·정신적 건강과 안녕(well-being)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한국 정부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국제 무대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해결책을 제공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려는 한국의 열망을 보게 돼 매우 기쁘다. 이는 분명 주목하고, 칭찬할 만한 일이다.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는 국가도 있지만 한국은 매우 야심차고 관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모습이 다른 국가에도 큰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2019년 문을 연 UNFPA 서울사무소(https://seoul.unfpa.org)는 UNFPA의 비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정부부처 및 기관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상호협력 증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새원 기자